영화 이야기

영화 첨밀밀 (1996) 줄거리 결말포함 등려군

nowiwon 2021. 3. 21. 10:46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 (1996)"

별점 : ★★★☆

   1986년 "소군"과 "이교"는 홍콩의 맥도날드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중국 본토 출신이라는 것과 대만 가수 등려군을 좋아한다는 것과 자신의 꿈을 위해 홍콩에 왔다는 것뿐이다. 낯선 홍콩의 거리에 떨어진 두 사람은 길 잃은 유성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소군에게는 약혼녀가 있었고 이교에게는 큰돈을 벌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그렇게 이교는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음반 장사를 시작하지만 실패하고 모아둔 돈 조차 주식으로 잃게 된다. 빚을 져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던 중 돈 많은 암흑가 보스 "표형"이 나타나고 조건 없이 다가오는 소군의 천진한 사랑과 불안한 미래 속에 갈등하던 이교는 소군의 곁을 떠나고 소군 역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1990년 3년 만에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의 곁에는 "소정"이라는 아내와 애인이 된 "표형"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새로운 곳으로 도피를 계획한다. 소군은 아내 소정에게 이교를 늘 사랑했음을 고백하여 두 사람은 해어지게 되나 이교는 경찰의 추격을 받던 표형을 배신할 수 없어 결국 소군을 두고 미국으로 밀입국하게 된다. 그 이후 1995년 뉴욕 이교는 미국 영주권을 받았지만 표형은 길에서 강도를 당해 세상을 떠나버린 뒤였다. 소군은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식당 일을 하고 있는데 막연하게 거리를 걷던 중 가게에서 틀어놓은 TV를 통해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등려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고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시간은 거슬러 1986년 홍콩 구룡역 열차. 소군과 이교는 반대편 좌석에서 머리를 맞대고 잠들어 있다. 이때 소군 앞에서 그동안 세상 물정을 조금이나마 더 아는 체했던 이교의 진실이 밝혀진다. 사실 이교는 소군과 다를 바 없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홍콩으로 입국했던 것이다. 기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는 둘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소군" 역 여명        "이교" 역 장만옥

   이 영화는 홍콩의 대륙 귀속을 은유했다는 평이 많다. 소군은 대륙을 상징한다. 광동어도 영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소군은 맥도날드에서 혼자 주문조차 할 수 없어 무시당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반면 같은 대륙 출신임에도 이해타산적이고 자본주의 체제를 체화한 인물인 이교는 홍콩을 상징한다. 그녀는 순진한 소군을 깔보고 등쳐먹으려 한다. 이는 당시 홍콩 사람들이 대륙 중국 출신 사람들을 어떻게 여겼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둘은 모두 대만 가수 등려군은 좋아한다. 이를 통해 본토 중국과 홍콩이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임을 암시한다.

 

"이교" 역 장만옥

   작중에서 주방장의 입을 빌어 등장하는 대사 "有緣千里來相會(유연천리래상회) 無緣對面不相逢(무연대면불상봉)"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인상적인 내용이다. 뜻은 "인연이 있다면 천리 멀리에 떨어져 있어도 만나지만, 인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살지라도 만나지 못한다"

 

"소군" 역 여명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은 많이 들어봤지만 영화 "첨밀밀"은 많이 보지 못했다 생각한다.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 첨밀밀을 당시 홍콩과 중국의 시대 배경, 이방인으로써 누구나 겪는 고통 등을 녹여 만든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사랑으로 청춘의 향수를 다시 한번 자극시켜줌과 동시에 삶이란 결코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하지만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에겐 두 사람의 고통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