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 (2002) - 손발을 굳게 만드는 하드보일드

nowiwon 2021. 3. 9. 02:34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2002)"

별점 : ★★★

   공장 노동자인 청각장애인 "류"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를 돌보며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콩팥 이식 수술이 필요한 누나에게 맞는 신장 기증자를 무작정 기다리던 류는 장기매매단에게 자신의 신장과 그동안 모은 천만 원을 주고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얻으려고 했지만 신장만 뽑히고 수술비까지 빼앗기게 된다. 정작 누나에게 극적으로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수술비 천만 원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하게 되어버렸다. 낙담한 류는 애인인 "영미"의 제안에 따라 자신을 해고한 중소기업 사장의 동료인 "동진"의 딸 "유선"을 유괴한다. 둘은 돈을 받는 대로 딸을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류가 돈을 받으러 나간 사이 누가는 류의 납치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자살을 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누나를 고향 강가에 매장하는 과정에서 "유선"은 물에 빠져 사망하고 만다. 가족을 잃은 동진과 류는 각각 납치범과 장기매매단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고 류는 장기매매단의 아지트에 쳐들어가 그들을 모두 죽이고 신장을 씹어먹어 버린다. 하지만 류가 장기매매단에게 쳐들어간 사이 동진은 영미의 집에 쳐들어가 영미를 고문하고 죽이게 된다. 그 이후 동진은 다음 타깃인 류의 집에 들어가 함정을 파서 류를 딸이 죽은 강가로 납치한다. 그곳에서 동진은 류를 죽이며 길고 긴 복수가 막을 내리게 되나 싶었지만 영미의 "혁명적 아나키스트 조직"이 나타나 동진을 칼로 쑤셔서 치명상을 입힌 후 어디론가 가버린다.

 

"류" 역 신하균      "동진" 역 송강호

   주연 배우들의 인생연기에 눈을 놓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푸른색 머리를 한 "신하균"배우는 공장 노동자이며 청각장애인을 연기함과 동시에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을 풍긴다. 귀가 들리지 않아 입모양으로 말을 읽을 때의 표정은 순박한 청년의 이면에 숨어있는 잔혹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동진" 역의 송강호 배우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역할이 자칫하면 신파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송강호 배우는 너무 감성적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슬픔을 표현하는 연기를 해낸다. 

 

"류" 역 신하균       "영지" 역 배두나

   잔혹한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전기 고문, 신장을 씹어먹는 장면, 물속에서 아킬레스 건을 자르는 장면 들은 글로 묘사하기가 식겁할 정도다. 하지만 관객의 상상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박찬욱 감독답게 동진이 죽는 장면, 드라이버로 경동맥을 찌르는 장면을 제외하면 살인과 상해가 직접적으로 묘사되기보다는 원거리 카메라 촬영, 사운드, 특수 효과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 "저게 말이되냐?"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일 수도 있다. 모든 일이 마치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진행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영화는 보며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모두들 한 번쯤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꼭 나쁜 일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라는 생각은 의외로 보편적으로 떠오른다. 그것을 표현한 영화지 않나 싶다. 차카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