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인썸니아 (2002) - 어긋난 톱니바퀴는 망가지고 만다

nowiwon 2021. 3. 13. 03:0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 (2002)"

별점 : ★★★☆

   밤이 없이 낮만 계속되는 백야라는 특이한 기간에 접어든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의 쓰레기 하차장에서 17세 소녀의 시체가 전라의 몸으로 발견된다. 용의자도 단서도 목격자도 없는 이 의문의 살인사건에 LA경찰국 소속 베테랑 형사 "도머"가 투입되고 도머는 그의 오랜 파트너 햅과 알래스카 지방 경찰 "앨리"와 함께 처음부터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한다. 살인이 끝난 후 시체의 구석구석을 닦아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손톱 발톱까지 다듬어 놓은 지능적이고 여유로운 살인자의 흔적을 좀처럼 찾을 수 없던 어느 날 피해자의 가방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미끼로 용의자를 유인하는 데 성공하지만 다른 경찰의 실수로 인해 용의자를 도망가게 되고 도머는 그를 추적한다. 그러던 중 안개가 쌓인 해변에서 용의자 대신 파트너인 "햅"을 사살하는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백야로 인한 심한 불면증과 동료를 죽인 스트레스로 그 사고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구별조차 못하는 도머는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LA 경찰국 강력반 내사와 햅이 자신의 부정 알고 있었다는 상황으로 이 사고를 내사과에서 자신의 계획된 범죄로 몰고 갈 것을 직시한다. 결국 도머는 햅의 죽음을 용의자가 범한 살인으로 꾸며댄다. 그 후 도머는 피해자의 친구를 심문해 살인범이 소설가 '핀치"임을 알아내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 수색을 하던 중 도망치는 핀치를 발견하고 추격하지만 놓치고 만다. 다시 핀치의 집으로 돌아온 도머는 동료를 죽인 죄를 뒤집어 씌울 증거를 집에 숨기고 밖으로 나온다. 그 이후 핀치에게 전화가 걸려와 두 사람은 만나게 되어 서로의 죄를 눈감아 주고 피해자의 남자 친구 "랜디"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로 합의를 한다. 결국 랜디는 체포되지만 이상함을 느낀 알래스카 경찰 앨리는 핀치에게 찾아가지만 습격당한다. 도머는 앨리가 핀치를 찾아갔음을 알아채고 그 역시 핀치의 별장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도머와 랜디는 결국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마지막으로 앨리는 도머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고의가 아니라 생각하여 그의 죄를 숨겨주려 하지만 도머는 "판단력을 잃으면 안 돼"라는 말을 남기고 기나긴 잠에 빠진다.

 

"도머" 역 알 파치노    "핀치" 역 로빈 윌리엄스

 

   영화의 제목인 불면증은 "도머"가 겪게 되는 증상으로 거의 일주일 가까이 잠을 못 잔 것으로 묘사되는데 잠을 못자서 얼굴이 점점 초췌해지는 알 파치노의 연기가 워낙 리얼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덩달아 피곤함을 느낄 정도이다. 또한 미국의 대표 코미디언으로 가족영화를 주로 찍는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로빈 윌리엄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 전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해서 이런 영화에 안 어울린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명배우답게 훌륭히 악역 연기를 소화해냈다.

 

"도머" 역 알 파치노

   도머는 결국 죗값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어떻게 보면 클리셰스러운 결말이지만 이 영화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면증과 동료를 죽인 죄책감, 경찰로써의 책임감과 살인범의 달콤한 유혹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관객에게도 같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진실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려는 것 인지도 모른다. 진실을 거짓으로 덮은다면 사람들은 거짓을 진실로 알 것이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이 진실이 아니라면? 정답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사람들에게 한번쯤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도머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질문을 말이다.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