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 줄거리 결말포함 지브리 애니메이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가구야 공주 이야기 (2013)"
별점 : ★★★★
옛날에 깊은 산골에 살던 대나무꾼 "할아버지"는 대나무 숲에서 밝게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그 대나무 앞에서 갑자기 죽순이 자라더니 그 속에 손바닥만 한 여자아이가 나온 것을 보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데려와 '할머니"에게 보여줬고 여자아이는 갑자기 아기로 변했다. 아이가 없던 노부부는 "공주"라고 부르며 하늘이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고 애지중지하며 키우게 된다. 아기는 넘어지거나 굴러 떨어질 때마다 순식간에 꼬마로, 아가씨로 놀라운 속도로 자라났다. 그리고 옆 집 아이들과 산속을 뛰어놀면서 나날을 보낸다. 공주는 아이들의 대장인 "스테 마루"를 따르게 되고 대나무순처럼 빨리 자란다고 해서 스테 마루를 비롯한 마을 꼬마들에게 "대나무순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할아버지는 공주가 보통 여자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했었고 기품있는 아가씨가 되어 높은 지위의 신랑과 혼인시켜주기 위해 수도로 이사가는 것을 결정한다. 공주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도 못한 채 수도로 떠나 그곳에서 개인교사에게 아가씨가 되는 교육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대궐 같은 저택과 비단옷들을 보는 것에 즐거워했으나 답답한 귀족 생활에 질려하는 그녀는 아이들과 뛰어놀았던 산골을 그리워한다. 초경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름 있는 작명가에게 "카구야 공주"라는 이름을 얻음과 함께 성대한 축하 연회가 열렸는데 귀족들이 할아버지와 자신을 희롱하는 말에 못 참고 뛰쳐나가 버린다. 지쳐 쓰러진 그녀의 위로 달과 주변에서 천인들이 날아다니는 꿈을 꾸던 그녀는 사실 모든 것이 꿈이고 그녀는 연회에 있음을 자각한다. 생떼 부려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직시한 이후로 예전과 달라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흐르고 작명가에 의해 카구야 공주가 미녀라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고 몰려오는 구혼자들에게 감흥이 없는 카구야 공주는 자신을 비유하는 봉래산의 옥 나뭇가지, 부처의 돌그릇, 불쥐의 가죽옷, 용의 머리 구슬, 제비의 자안 패인 같은 존재하지 않는 그것들을 구해 오면 기꺼이 그분의 보물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몇 년 후 구혼자들이 구한 보물들은 모두 가짜였고 이시츠쿠리 황자의 달콤한 말에 거의 넘어갈 뻔하였으나 그의 아내가 실체를 밝히는 것을 듣고 눈물을 보였고 이소고 카미 중납언이 제비의 자안 패를 찾으려 하다 항아리에 머리를 박아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카구야 공주는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 이 사고로 카구야 공주의 명성은 오히려 높아지게 되어 "천왕"마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천황이 카구야 공주를 강제로 데려가려 하자 그녀는 그의 품을 빠져나와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공주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 돌아가겠다는 부탁에 다시 돌아와 천왕을 돌려보내고 그가 나가자 주저앉아 두 팔을 붙잡으며 덜덜 떨었다. 사실 그녀는 달에서 온 존재로 천왕에게 붙잡혀 있는 순간 달에게 데려가 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부터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되고 카구야 공주가 말하길 달에 살던 시절 지구에서 온 사람이 지구를 그리워하며 지구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지구에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카구야 공주는 달에서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며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할아버지는 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사들을 고용해 집을 방어하지만 달에서 천인들이 내려오자 그들이 연주하는 천상의 음악소리에 모두들 깊은 잠에 빠진다. 카구야 공주는 노부부와 인사를 나누던 중 날개옷이 입혀지자 눈에 초점이 없어짐과 동시에 지구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채 눈물을 흘리며 달로 돌아가버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을 역시 "그림체"이다. "타카하타 감독"은 본 작품을 동양화 적인 선으로 그려냈다. 지브리 작품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캐릭터 디자인에도 벗어나 있고 선은 연필 데생이나 붓으로 그린 것 같고 채색도 수채화와같이 연해서 흡사 전래동화책을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주인공 시점에서 밤길을 달려 가나는 와중에 비쩍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의 표현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을 정도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일본의 옛날이야기를 고전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야기의 템포가 느려 오락성이 적어 지루하게 느껴질수 있으나 아름다운 작화와 영상미, 색감과 동 양스러운 OST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야기를 즐기기보단 그림과 연출을 즐기는 작품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굉장히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아 여운을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고전소설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지만 현대 사회에 많은 메세지를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얼굴을 보지 않고 결혼을 하는 당시 풍조는 얼굴만을 보고 결혼을 하기도 하는 현대사회와 비교해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을 무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죄일 수도 있다. 나에겐 동떨어진 이야기 지만 그저 저 아름다운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질투하는 마음보단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물론 영화의 결말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